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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영종합사회복지관 김홍우 대리) 주민과 함께 걷는 지역조직가

관리자 | 2021-10-20 | 조회수 : 337

주민과 함께 걷는 지역조직가

   

 절영종합사회복지관 김홍우 대리


환경 속의 인간’, 대학 시절 전공 공부를 하며 숱하게 들어온 문장이다. 사회복지 전문직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사람이 환경에 영향을 받고 그 속에서 성장해나가는, ‘가능성 있는 존재라 여기는 것이다. 지역 안의 사람들과 함께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자원을 강화하는 과정 나아가 사람들이 조직을 형성하고,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을 직접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지역조직화사업이다. 전통적인 커뮤니티의 능력이 상실되고, 지나치게 개인화되어가는 사회적 기조 속에서 그들을 엮어서 하나로 만드는 과정은 지역사회복지관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기능이며, 더군다나 근래 코로나로 인한 단절이 그 중요성을 더욱 부각해주고 있다.

 

입사 후 몇 년간 지역조직화 사업을 담당하며 가장 많이 한 일은 주민과 만나고, 친분을 쌓고, 함께 의미 있는 일을 해보는 것이었다. 대학과정에서 로스만, 포플 등 지역사회조직 모델에 대한 이론 교육을 받았지만, 개인적인 노력이 부족했던 탓에 정작 그들과 실제로 함께 하는 과정에 대한 실습은 여러모로 부족했던 것 같다. 실제 현장에 와서야 비로소 경험할 수 있었고, 주민들과 만날 땐 어떤 대화를 나눌까, 어떻게 좀 친해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거기에 익숙해지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지역주민들, 사람이란 것이 본디 그 배경과 개인에 따라 똑같을 수 없는 것처럼 저마다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가치관에 따라 삶의 우선순위가 달라 원하는 것 역시 모두 제각각이다. 원활히 기능하는 주민조직을 만들기 위해선 조직 안팎으로 여러 부분에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어떤 조직의 목표를 세울 것인가부터, 조직 구성원들과의 긍정적인 관계 유지, 분란과 균열을 막고자 조직 내부적인 부분에도 꾸준히 신경 써야 한다. 일과 사람 사이에 발생하는 특정한 상황들 속에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적절한 개입이란 거의 불가능한 것이었고, 뭔가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그것이 내 부족한 능력 탓은 아닌지 고민하곤 했다.

 

외부기관에서 개최되는 지역조직화사업 담당자 교육에 매년 참가하여, 다양한 우수 사례를 접하고 있다. 전국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조직화 사업과 그 결과물들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방법론적인 교본이 아닌, 우리는 이런 식의 운영을 하고 있다는 사례소개 형식으로 진행된다. 부분적인 벤치마킹을 할 수는 있지만, 항상 모호하게 제시되는 방향성 속에 우리 조직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지금 하고 있는 활동만으로 충분한 것인가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물론 이건 그냥 담당자의 불안감, 욕심일 수도 있다. 실제로 참여 주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것이 지역조직화 사업의 주요 목적이 아닌가, 그들이 지금 하고있는 활동으로 충분하다 생각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수도 있다. 조직의 운영 방향과 단기 목표는 주민들이 직접 결정하고, 사회복지사는 어디까지 조력자의 역할을 수행해야한다 생각한다.

 

돌아보면 조직화 교육을 진행했던 강사 중 절반은 지역복지관의 사회복지사가 아닌 주민운동가인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우리와 비슷한 맥락의 일들을 하고 있는 그들이지만, 그들은 주민 그 자체로서 주민들과 생활 영역을 공유하고 있다. 실제 지역주민으로서의 지역 문제와 불편한 부분들을 직접 살갗으로 느낄 수 있다. 같은 환경에서 같이 생활하는 이웃으로 주민들에게 더 많은, 예민한 부분에 대한 안건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는 한 걸음 밖에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진짜 욕구를 알기 위해선 평소 더 자주 만나고, 관계를 쌓아야하지 않나 생각한다.

 

실제로 개인 대상 사회복지실천 대비 조직(커뮤니티) 대상 사회복지 실천의 정립은 아직 부족하다는 평이 많다. 다수의 사람이 참여하는 조직은 다양한 내·외부 영향요인들로 인해 운영의 정석적인 과정, 그에 대한 방법론을 만들어내기 어렵게 만든다. 마치 휴먼 서비스의 집대성과 같은 이 구성·관리 체계는 앞으로도 영원히 정립될 수 없을지 모른다. 따라서 우리는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춰 대응해나가는 방법, 여러 상황들에 대한 경험치를 쌓아가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작년 초, 코로나로 인해 모임에 많은 제약이 생겼던 때 지역복지관의 조직화 사업은 큰 위기를 맞았었다. 항상 대면 모임을 통해서 조직이 운영되어왔고, 조직 구성원의 연령대가 높아 스마트 기기 활용도가 매우 낮았다. 기존의 운영방식이 마비되고, 모임의 빈도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몇 년간 쌓아온 조직의 결속력이 크게 저하될 수 있었다. 당시엔 코로나가 몇 달 안에 종식될 것이라는 생각에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데도 더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코로나가 종식될 리는 없으며 이제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 온라인 모임 운영을 위한 것들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조직 구성원들 역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며, 관련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고, 현재는 온라인 방식의 회의, 모임에 제법 익숙해진 모습이다. 갑작스럽게 닥친 상황을 극복하고자 복지관, 조직 구성원 모두가 하나되어 노력한 이 과정은 많은 점을 느끼게 해주었다.

 

우리는 항상 변화하는 현실에서 나아가고 있다. 조직을 운영하는 과정에서도 어디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알 수 없다. 이러한 문제와 상황들에 대해 항상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하며, 조직 구성원들과 함께 극복해 나가야한다. 주민들이 문제를 인지하는 데 오래 걸릴 수도, 조직의 활동이 지지부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항상 먼저 나서서 문제를 알리고 함께하자 권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과정일 뿐, 우리가 주민들과 가깝게 지내고, 더 좋은 지역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받는다면 적극적인 협조를 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역주민과 함께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천천히 나아가며, 닥치는 상황들을 통해 배워나가는 것이 지역조직화 사업 실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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