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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복지개발원 박주홍 책임연구위원) 예민한 감각으로 우려를 기대로 바꾸는 자, 그대는 현장사회복지사!

관리자 | 2021-11-29 | 조회수 : 244

예민한 감각으로 우려를 기대로 바꾸는 자, 그대는 현장사회복지사!

 

 

박주홍(부산복지개발원 책임연구위원)

 

 

한국사회는 세계 어느 곳보다 빠르고 높은 변화의 파고를 넘어왔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한 20세기 유일의 나라가 되었으며 전쟁의 폐허를 딛고 4차산업을 선도하는 국가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도태되었고 재기하지 못한 사람들은 결국 사회적 취약계층으로 전락했다. 최근 한국사회의 변화가 4차산업혁명과 ICT의 발달로 단지 빠름에 그치지 않고 속성과 차원을 달리한다는 측면에서 사회복지현장의 고민도 깊어진다.

 

이전의 변화가 눈에 보이는 것이었다면 지금의 변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다들 세탁기를 쓰는데 나만 사용하지 않는다면 상황을 금방 눈치 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탁기만 구매하면 어렵지 않게 다른 사람들을 따라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 친구들과 교류하고 최신정보를 얻는 것은 눈치 채기도 어렵고 뒤늦게 알아차리더라도 따라잡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현대의 변화는 보다 은밀하고 차별적으로 사람들을 배제시킨다.

 

디지털 취약계층의 양산이 대표적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디지털 취약계층이 된다. 이미 우리 일상에 널리 침투해있는 키오스크 같은 무인기기와 스마트폰 어플은 많은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디지털 취약계층에게는 불편과 불안을 유발하고 서비스 이용을 제약함으로써 결국 이들을 사회로부터 배제시킨다. 최근에는 사람이 있는데도 키오스크를 이용하라고 강요(?)하는 곳도 있다. 지난 6월 국회에서 이런 무인기기와 소프트웨어 접근과 이용에 불리함이 없도록 정당한 편의제공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통과되기는 했으나 현실에 적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이처럼 기술의 발달이 디지털 취약계층을 양산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서비스의 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사회복지현장에서는 많은 프로그램이 온라인과 비대면으로 전환되었는데 이는 진전된 ICT기술이 있어 가능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스마트안심돌봄서비스는 장애인 및 노인복지 영역에서 생각보다 널리 시행되고 있고 이용자들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얼마 전 인공지능 스피커가 응급상황에 처한 85세 노인을 구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기술의 진보가 인류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기대와 우려는 산업혁명 이래 지속되어왔다. ICT기술 발전이라는 변화의 물결이 앞으로 사회복지현장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거대한 변화의 파고 앞에서 우리가 기대와 우려의 심정으로 바라보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필자는 우리의 역할을 우려를 기대로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기술혁명의 방향을 인간중심이되,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쉽게 접근하고 편리하게 이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유도함으로써 막연한 우려를 확실한 기대로 바꿀 수 있다.

 

필자가 만나본 ICT 연구개발자들은 복지분야에 필요한 기술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고 정보가 없는데다 시장이 좁고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어 적극적인 연구개발이 어렵고, 어쩌다 개발이 되어도 실험실(testbed)이 부족해 검증도 어렵다고 했다. 노인, 장애인 등 복지분야 주요고객층의 욕구와 특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개발자들은 그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기능을 가능한 많이 넣어서 개발한다고 했다. 그러다보면 복잡해지고 복잡해지면 쓰기가 불편하고 불편하면 결국 외면당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ICT 연구개발자들과 접촉을 시도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사회복지분야와 사회복지서비스 이용자들에 대한 이해를 돕고 사회복지서비스가 필요로 하는 기술과 이용자들이 원하는 것을 전달해야 한다. 개발자와 이용당사자 사이에서 기술개발과 테스트를 중재하고 실생활에서 쉽고 편리하게 이용되도록 지원함으로써 우리의 역할을 시작할 수 있다.

 

메타버스와 스마트복지관 등 새로운 변화의 조짐에도 관심을 가지자. 영국의 에바파크는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를 통해 사람들과 만나 대화하고 취미활동을 함께 할 수 있게 해준다.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어 전문적인 치료와 강습도 받을 수 있다. 실제 사람을 만나는 것과 똑같은 상황 속에서 대화기술을 익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몇 년 전 인기를 끌었던 아바타라는 영화가 현실이 된 것이라 보면 된다.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아예 메타버스로 사무실을 이전한 회사도 있다고 한다. 지금은 사회복지현장에서 일부 프로그램을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하는 정도이지만 머지않아 메타버스를 활용해 온라인 대면서비스로 전면 전환될지 누가 알겠는가.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종류의 감염병이 앞으로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사람들을 대면하면서도, 물리적으로는 비대면인 메타버스가 최상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메타버스로 이전한 복지관은 스마트 복지관으로의 변신을 전제해야 할 것이다.

 

사회복지는 전통적인 휴먼서비스분야로 사회변화에 대해 선도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하기보다는 변화의 과정에서 도태된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사회에 적응하도록 돕는 등 역할을 담당해왔다. 그러나 이제 사회복지도 변화를 선도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할 때가 되었다. 사회변화와 기술의 발전이 더 이상 사회복지서비스 이용자들을 소외시키거나 배제할 수 없도록 변화의 방향을 선도해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예민한 감각을 발달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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