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을 위한 위로 그리고 행복

(feat. 사실 우리는 불행하게 사는 것에 익숙하다/강준 지음)

기쁜우리사회복귀시설 소장 서수빈

사회복지현장은 되풀이되는 부정적인 상황과 다양한 종류의 어려움 그리고 그러한 문제의 해결이 반복되는 곳이다. 그 안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은 업무 수행 중 부정적인 상황을 자주 경험하게 되면서 부정적인 정서, 감정에 휩쓸리기 쉽고 지속되는 감정노동으로 인해 쉽게 번아웃(burn out, 소진)과 우울을 경험하게 된다. 심지어 코로나19로 인해 답답한 삶이 지속되면서, 제한된 환경 속에 이제 적응했다 생각한 것과 달리 우리는 속으로 참고만 지냈던 건 아닌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여기저기서 하나, 둘 문제가 터져나오기 시작하면서 ‘○○년차에는 소진이 온다... 좀만 잘 견뎌보자’고 이끌어주던 한 선배가 계속 생각나는 지금이다.

나도 모르게 마음챙김을 검색하다 ‘사실 우리는 불행하게 사는 것에 익숙하다’라는 제목의 책 한권이 눈에 들어왔다. 제목을 읽는 첫 순간에는 반감이 먼저 들었다가 한번 더 읽어보니 어쩌면 우리들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고, 펼쳐 보면서 이 책을 통해 스스로를 위로하고, 마음을 조금씩 챙겨보게 되었다.

이 책은 정신건강과 심리상담에 관심이 많은 약사가 전하는 이야기로 마음이 건강하고 행복한 어른이 되는 길을 찾는 방법에 대해 현실적인 고민을 함께하고 조언을 제시해주고 있다. 책의 내용 중 아프면 참지 말자,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잘못된 인내심은 나를 곪아 터지게 한다)라는 글귀가 가장 먼저 와닿았다. 우리 사회는 과거부터 ‘참고 견디는 것’을 미덕이라 여기며, 개인에게 과도한 인내심을 강요해왔다. 사회복지 현장도 마찬가지다. 많은 클라이언트를 대면하고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하지만, 사회복지사가 경험하는 힘든 감정과는 무관하게 참고 그 일을 묵묵히 해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우리는 참아내기 위해 자신을 잘 살피지 않았고, 불안과 스트레스를 적절히 관리하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가장 쉬운 해결책은 나 자신, 내 안에 있음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얼마나 행복한가?

이 책의 ‘우리는 행복이라는 단어에 속고 있다(현대사회에서 행복은 과장되어 있다)’라는 챕터에서는 행복은 다행 행(幸)과 복 복(福)으로 이루어진 한자어로 사전적 의미는 1)복된 좋은 운수 또는 2)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한 상태를 일컫는다. 하지만 정치학에서는 행복을 ‘인간 인생에 궁극적인 목표’로 이야기하기도 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행복=부의 축적, 성공의 산물’이라는 잘못된 공식을 낳기도 했다고 설명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잘못된 공식 안에서 살아가며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자주 사용해왔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단어가 다시 떠올랐다. 소확행이란 말에서 느껴지듯 이 책에서 행복 회로의 재료는 사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몇 년전 기관을 이용하시는 장애인분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프로그램 중 어떤 때가 가장 행복하냐는 질문에 50대 후반의 한 분이 큰 소리로 대답하셨다. “맛있는 거 묵고 누워잘때요”. 그 대답에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돌아보면 나 역시도 그러했다. 우리는 과도한 목표와 낮은 자존감, 참아내기에 빠져 잘 자고, 세끼를 잘 챙겨먹는 등의 소소한 일상에서의 행복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가... 그런 자신을 위로하고 한번쯤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삶에 대한 잔잔한 안정감과 만족감, 행복감을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이러한 감정이 유지될 때 우리는 불안감, 두려움, 슬픔의 감정들에 쉽게 반응하지 않고 불안과 우울을 예방할 수 있다. 이 책에서도 마음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문제들과 생각들을 꾸준히 살피고 관찰해야 갑작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 슬럼프나 번 아웃 증상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리고 행복은 가만히 있다고 찾아오지 않고, 행복해지기로 결심하고 노력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임을 설명한다. 행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거창하지 않고 가까이에 있음을 받아들이고, 행복하려면 단순히 이해하는 것을 넘어 매일 꾸준하게 노력해야한다는 것이다. 불행이라는 ‘비’가 그치길 기다리기보단 그 속에서도 ‘춤’을 추며 행복을 찾을 줄 아는 이 책 표지의 일러스트처럼...